즐거운 요리/♬ 김치·겉저리

♬ 엄마...,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맛짱님 2006. 12. 13. 12:07


예전에 엄마들이..
연탄광을 채워 놓고, 김장 몇접씩 해 놓으면 ...
겨울이 다가와도 별 걱정이 없다고들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몇일간, 시골에 다녀오고...형님(시누)댁에서 뽑아온 무공해 배추로 김장을 하였어요.

지난번 뽑아온 알타리와 지레 김치를 하였고..
허리가 부실하여.. ^^;;
불나는 허리를 파스에 의지하고 김장을 하였어요.

김치..
결혼을 하고 한 삼년은 친정어머니가 담가주셨어요.
그리고.. 그 후론 제가 조금씩 담구어 먹기 시작하였지요.

친정어머니의  손 맛에 의지하다가..
혼자 담기 시작하고.. 그래도 맛짱이 담근 김치가 맛이 있다하니..
주변에 사는 친적들에게도 많이 인심도 쓰곤 했어요.
그래도 친정집에는 맛 좀 보시라고 가져다 드릴생각은 안했으니...

어젠, 맛짱이 김장을 하였거던요..
그런데.. 김장을 했다는 뿌듯함보다는 마음이 많이 우울하네요.

사실 예전 같으면 별로 신경이 안쓰이는 평소에 김치보다 서너포기 정도 많은 양이라 .. 
뚝딱 해 버릴 요량으로 시골에서 일보고 형님댁 배추 뽑아다 두고..
담 날은 가서 다듬으려 했는데...
몇일 시골에 다녀온 탓에...피곤하여 조금 늦게 갔더니..
부지런하신 친정엄마 성격에  벌써 다 다듬어 두셨네요.

유기농이라 다듬는 손길이 좀 많이 가기는 하였지만..
예전에 비해 세발에 피도 안되는 배추 몇포기에..넘 벅차하시네요..

김장을 준비를 하면서..새삼...
참으로 세월이 무상하구나.. 느꼈어요.
연세보다 한참이나 젊어 보이시는 친정엄마였는데..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자니..
엄마의 골진 주름에..
가슴이 찡하니..
흐르는 시간이 밉게만 느껴지네요.
올 초에 다르시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또.. 다르게 연로해 보이시고..
많이 약해 지심을 느껴지네요.

언젠가..어느분이  엄마에 대한 글을 쓴걸 본 적이 있었어요.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다는 ..

저 역시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나 봅니다,
엄마는 엄마의 자리에서..계시면서..
연로하셔도...
자식들에게 그저.. 마음의 버팀목이 되시는 줄만 알았어요.
엄마도 여자이고 할머니의 귀한 딸이었거늘..
예전에 혼자되실적에 엄마의 나이가 되고, 엄마가 되고도..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니...맛짱은 참 나쁜 딸인것 같습니다.

지금의 맛짱 나이에 혼자되신 울엄마..
같은 여자 입장으로 참으로 막막하셨을 울엄마..
오랜 세월을 그 자리에 계시면서 자식들과 함께 한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직설적이지만.. 마음이 여린 울엄마...
자식들에게 사랑의 표현도 서툴고..
자식들에게 속상한 말을 들으면 씁쓰레이 ..
두고두고 속상해 하시면 혼자 삭히시는 울엄마..
엄마식 잔소리로..참견도 많이 하시는 울엄마..
그 속에 표현에 서투른 엄마의 사랑과 정이 담겨 있어요

참견..잔소리..아마도 그게 울 엄마식 사랑의 표현임이
이 나이가 되어서 느껴지네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집에가는 길에...
약국에 들려 **환과 몇가지 상비약을 몇가지 사다 드리고..
가까운곳에 두고..드시라고 하였지요.
지난번에 사다 드린것이 아직 남았는데.. 약드실생각을 왜 안했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에 가슴이 더 아픕니다.
지난번 가까운곳에 손쉽게 드시라도 놓았었거늘....
당연히 몸이 않좋으면 약을 드실줄만 알았는데..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에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했어요.
울엄마는 건강하신데...

담 날은 아침 일찍가서..
친정엄마는 좀 쉬시라고 하고는 내가 다 하마하고..
배추를 씻고 속을 버무리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로는 표현을 하지 않느라..
그냥 다른말로 화제를 돌리고.. 너스레를 떨면서..김장을 다 하였지만..
참으로 가슴이 아프고 우울하네요...

김장을 담구는 날은 맛짱 동생 생일이였어요.
" 엄마는 그냥 앉아서 계시며 재미맀는 이야기나 해주고..
양념 넣어주며 쉬세요" 했는데..가만히 계시질 않으니...
울 엄마 거둘어 주시며 ...
겨울에는 애난 달(10월~12월에 4남매를 낳으셨지요)이라
몸이 더 안 좋은가 보다..그러시더라고요.
"엄마 맞아 .. 그런가봐.. 엄마 미역국 많이 드시고 뜨듯하게 푹쉬어요.. "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를 했지만,
비끼지 않고.. 차곡이 쌓이는 세월이 벅차신가봅니다.

서둘러 김장을 끝내고..
김치통에 나누어 담고...뒷정리하고..
미리재어 놓은 고기에.. 시골서 가져온 녹두전, 동동주로
동생 생일을 축하해주고...돌아 왔답니다.

오면서 '...나중에 말고.. 지금 사랑하며 살아라..' 라는 말이 머리에 맴도네요..
지금.. 작은 실천.. 전화라도 자주 드려야 겠어요.

좀 전에..올만에 아침 일찍 전화를 드렸더니..
엄마께서는 '어머나.. 이렇게 일찍 웬일이니..^^;;'하시면서
좋아하시네요. 제가 그동안은 이렇게 무심히 살았나 봅니다.

울 시엄니.. 울엄마...모든 어머니들에게는
흐르는 세월이 조금 천천히 비껴가는 시간이였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시게 사시면서..
아들, 며느리, 딸, 사위의  효도 받으며 오래오래 사시고..
지금처럼..아들, 딸, 손자, 손녀의 이름을 부르시며..
그냥 옆에서 참견이라도 오래 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