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짱이 가지고 있는 422년전의 편지 복사본
지금부터 422년전인 1586년 6월에 안동에 살던 고성 이씨 양반이 병으로 31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412년이 지난 1998년 4월 조상님의 묘를 이장하려고 개봉을 하였을때
고이 잠든 조상님과 함께 발견한 편지와 미투리가 있었다.
편지는 언문(한글)으로 적어져 있었고,
미투리는 당시 임신중이던 아내(원이엄마)가 병마 싸우는 남편의 쾌유를 위해
자신의 머리를 잘라 한올한올에 염원을 담아 삼줄기로 묶어서 만들었다.
...발견 당시에는 고이 잠든 남편의 가슴에 편지와 한지에 싸인 미투리가 있었다고 한다.
이 편지의 내용과 사연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책자에 실려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고,
편지의 원본과 미투리는 안동대 박물관에 있다.
원이 아버지께...(편지 원본 해석)
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당신 말을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시라는 건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을가요
이런 슬픈 일이 또 있을까요"
당신은 한갓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어서 와서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오셔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주세요
나는 꿈길에서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원문 끝]
얼마전..맛짱의 요리글 아래..
아름다운..님이 '사랑만 하고 살아도 짧은 인생 '이란 제목으로 엮은글을 달아 놓았다.
제목을 보고 클릭하여 보았더니...
400여년전의 젊은 부인이 남편과 영원한이별(사별)을 하며 적은 애끓는 편지!
그 때.. 불현듯.. 생각이 났다.
맛짱이 한지공예에 빠져 열심이던 1990년대말쯔음에....
선생님이 한지에 복사하여 주신 편지의 복사본~!!
족자와 함께 잘 말아서 보관하던 400년전에 쓰여졌다는 편지의 복사본과 해석된편지를 꺼내 보았다.
편지에 시작은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하는 원망어린 글로 시작을 한다.
너무나도 금술이 좋았던 두사람임을 짐작케하는 문장.. 이 글을 적으면서 얼마나 막막하고 서글펏을까???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이 토록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 보내는 마음은 정말 참담했으리라...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시라는 건지요 "
아버지 없이 태어날 아이걱정과 꿈에서라도 나타나 얼굴을 보여 달라고
슬프고 애달픈 그리움.. 간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편지..
적어 내련간 종이가 모자라(원본은 여백이 거의없다) 남은 여백에 빼곡히 적어간 끝없는 마음!
편지를 읽고 있자니..400년전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여인의 흐느낌이 느껴진다.
처음에 발견 당시에 읽으며 느꼈던 소름끼치(?)는 감동이 다시금 살아난다.
짧은 소견으로 더 이상 적는것은 ..그 여인의 마음에 누가 될까.. 더 적기가 송구하다..
매일 이별을 준비하며 살아가는 우리네들...사랑만 하고 살아도 짧은 인생 ..
오늘도.. 열심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겠다.
나를..당신을 .. 사랑합니다.
그리고.. 함께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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